스무살 청준, 제 가슴을 어지간히도 설레게 한 노래입니다. 그 때는 음악다방이라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유리로 만든 케이스에 DJ라는 멋진 형(또는 동생)이 있었고, 메모지에 소소한 사연과 가수 이름, 곡목을 적어 주면 틀어 주었습니다. 메모지에 적힌 사연은, 다양했습니다. 친구나 애인 생일을 축하 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고, 또는 헤어 져서 위로를 받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저는 남한테 내 속내를 드러 내는 게 부끄러워 그냥 가수 이름과 곡목만 적었습니다. 그런 제가 세월이 흘러 일상을 죄다 까발리는 블로그라는 것을 운영합니다. 세월이라는 게 참 오묘함을 새삼 느낍니다.
성대 근처인 갑상선 수술을 한지 23일 째 부른 노래입니다. 수술 부위가 부어 있어 아직은 '고음 불가' 이지만, 그래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족을 비롯해 저를 아끼는 많은 이들이 노래하지 말고 회복 하는 데 전념 하라 충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내가 정말 환자가 되는 것 같아, 노래도 하고 축구도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건재함을 스스로 확인하며, 환자가 아닌 건강한 '나'라고 다짐합니다. 목소리는 수술 전 70%, 축구하는 데 필요한 체력은 80% 정도를 회복한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여기 저기 아픈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몸이란 게 수명이 있는 것. 60년 가까이 썼으니 여기 저기 삐걱거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젊을 때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정말 환자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환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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