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검다리 황금연휴인데, 뭐하지?
중3 아들과 대학생 딸이 늘 하던 일을 반복하는 게 안쓰러워서라도 어딘가는 가야 했다. 이것도 가장의 의무니까. 늘 하던 일이란 컴퓨터 앞에서 게임도 하고 친구들과 채팅도 하고...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8개월 동안 한 일이다.
툭 터진 공간을 찾던 중 화성 전곡항을 발견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어 보였고, 수도권이라 길이 아무리 막히더라도 2시간이면 갈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 단톡방에 ‘가자’라고 글을 올렸는데, 대답한 것은 아내뿐. 하던 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겠다는 게 두 녀석 ‘주장’이었다. 장장 10분씩이나 설들 작전에 나섰지만, 녀석들은 요지부동. ‘에이 우리끼리 가지’하고는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목표는 맛있는 바다 음식 먹은 다음 ‘해적선’이라는 유람선을 타는 것. 친절한 선장님 전화까지 걸어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차가 막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더니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당부했다.
내비게이션은 1시간 20분 뒤에 도착 한다고 알려 줬는데, 길이 막혀 2시간 여 만에 도착, 우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생선구이’라는 간판이 선명한 식당에 들어가 식당 이름이 붙은 ‘정식’을 흡입했다. 생선구이에 게장, 매운탕까지...가성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선착장에 가니, 하얀 갈매기가 우리를 반겼다.

캐리비언의 해적선을 닮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뚜렷한 배에 올랐다. 밧줄을 잡고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 선원 모형. 자세히 보니 여성이다. ‘해적선에 진짜 여성이 있었을까’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있을 즈음 배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구를 빠져 나갔다.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진짜 새우로 착각한 게 아닐까.’ 갈매기 밥을 주려고 작심한 듯 사람들은 새우깡을 뿌려댔고 갈매기들은 곡예비행을 하며 갈매기를 낚아챘다. 한 여성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새우깡을 잡고 흔들자 갈매기들은 손가락은 건들지 않고 새우깡만 낚아채는 신공을 보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내 손에 들려 있는 새우깡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분명 나도 갈매기가 낚아채기 쉽게 엄지와 집게손가락만으로 새우깡을 잡고 서 있었는데도. ‘이런, 갈매기도 사람 차별하네’ 은근히 빈정이 상해 새우깡 봉지를 접었다.


“저한테 전화하고 오신 분 여기 계신가요?”
정말 친절한 선장님. 새우깡을 한 손에 들고 나를 찾았다. “저요”라며 손을 들자 새우깡 한 봉지를 건넸다. 전화를 하고 온 승객한테 새우깡 한 봉지를 주는 게, 해적선의 ‘룰’이라고 하시며.
“블로그 같은데 우리 해적선 많이 올려 주세요.”
선장님 말씀.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선장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글이라는 것. 새우깡 한 봉지를 받았으니 해적선 광고 글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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