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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쌓인 분들에게 ‘강추’, “그냥, 웃으세요”

by 사이먼 리 2023. 1. 1.

스필버그가 주는 웃음 <스필버그 1941>

 

 

죠스, 쥬라기 공원 같은 스펙터클(웅장·화려)한 영화만 만든 줄 알았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알고 보니 전쟁 코미디 영화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쪼옴놀라웠다.

 

제목은 <스필버그 1941>. 스필버그가 1979년 만든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 공격한 한 뒤 6일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이고, 역사적 배경은 1942년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전투.

 

안개 자욱한 도로. 한 여성이 차를 운전해 바닷가로 향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해변에 도착한 여성은 갑자기 옷을 홀랑 벗고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을 즐긴다. 바닷속에서 시커먼 봉이 불쑥 솟아오르자 여자는 깜짝 놀라 봉을 끌어안는데, 알고 보니 봉의 정체는 일본군 잠수함 잠망경.

 

이 장면에서 둥둥둥둥하는 영화 <죠스>의 주제곡이 흐른다. ‘죠스 패러디. <죠스> 첫 장면에서 상어에게 물려 죽은 여자 역을 맡은 배우 수잔 백클리니가 여기서도 밤에 바다에서 알몸으로 헤엄치다가 잠망경에 매달린 백인 여자로 나온다.

 

이 한 장면으로 영화는 자신의 정체가 코미디라는 사실을 알린다.

 

일본군은, 할리우드를 공격해 미국인의 사기를 꺾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나침반이 고장난 바닷속을 헤엄쳐 왔다. 한편에서는 일본군의 공격 목표가 진주만 다음에는 로스앤젤레스일 거라는 과대망상증 전투기 조종사가 낡은 비행기를 몰고 날아온다.

 

이들을 뺀 나머지 미국인들은 군인이나 민간인 모두 비정상적으로 평화롭고 낙천적이다. 관심은 오로지 댄스파티에서 우승하는 것과 여자꼬시기에 쏠려 있다. 급기야 댄스 파티장에서 육군과 해군 민간인까지 가세해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싸움을 벌인다.

 

과대망상증 전투기 조종사는 아군인 미군 비행기를 격추 시키고는 일본군에 붙잡힌다. 그것도, 오로지 여자를 꼬시겠다는 일념으로 비행하는 무기도 없는 비행기를 몰고 나선 미군 장교가 조종하는 무기 없는 비행기였다.

 

할리우드를 박살 내려던 일본 잠수함은 엉뚱하게 놀이동산을 공격해 놓고는 반자이(만세)를 외친다. 이 대목에서는 일본군의 할리우드 침공은 실패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미국판 국뽕같은 모습도 보여진다.

 

일본군에 대한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묘사로, 일본 개봉 당시 극우들의 비난시위가 이어졌고, 산케이 신문 같은 극우 신문들도 거친 비난을 쏟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일본 개봉 당시 87천 만엔을 벌어들이며 흥행 7위라는 괜찮은 흥행을 했다고 하니, 일본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일본뿐만 아니라 어쩌면 세상이 모두 알다 가도 모를 일 투성이 일지도.

 

그래도 스필버그답게 탱크, 잠수함 같은 무기 고증에는 철저한 편이었다. 놀이동산, 거대한 집을 시원하게 부수는 장면 역시 스펙터클하다. 집이나 놀이동산 파괴장면 등은, 실제 세트를 제작해 부숴가면서 촬영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980년 개봉했는데 서울 14만 관객을 기록해 아주 망하지 않았다. 그래도 죠스로 대박을 거둔 스필버그 영화치고 영 별로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쫄딱 망한 영화로 알려졌지만, 제작비 3200~35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극장에서 3100~3400만 달러, 전세계적으로는 9100~9400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렸으니, 이 정도면 쪽박은 아니다. 다만 스필버그 명성에 비하면 성공이라 볼 수는 없는 작품이다.

 

그래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는 좋은 작품이다. 스토리를 파악하려 애쓸 필요 없이, 그저 시시때때 웃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