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풀리고 기분 좋아져", 마약 중독된 16살 소녀 어쩌지
"아침마다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비몽사몽 상태로 학교에 간다.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헤드셋을 끼고 있어 밥 먹으라는 어머니 말을 들을 수 없다." - p.18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 이야기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섬뜩해 잠시 움찔했다.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이 된 딸과 열아홉 아들이 같은 증상을 겪은 터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녀석들은 그 무섭다는 중독에 빠졌던, 아니 지금도 빠져있는 것일까?
지난 10월에 출간했으니 아직은 따끈따끈한 책 <중독된 아이들> 진단에 따르면 내 아이들이 게임 중독에 빠진 상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중독 증상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지만, 이 책을 만든 이들(박정현·박재완·한종윤)이 현직 교사라 무시하기는 어렵다. 박정현 작가는 중학교 국어 교사이고, 박재완 작가는 고등학교 교감이다. 한종윤 작가는 고등학교 체육 선생이다.
작가들은 책을 통해 게임뿐만 아니라 마약과 도박 등 청소년 중독의 다양성과 함께 그 양상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며, 원인 분석과 함께 해결책도 제시했다.
"극단적으로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해 PC 사용을 금지하거나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반감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자존감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p.58
교사들이 제시한 해결책의 하나인데, 이 대목에서 '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 역시 부모에 대한 반감이 생길까 걱정스러워 아내와 의견 충돌을 겪으면서도 아이들 손에서 PC나 스마트폰을 뺏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커가면서 아이들은 시나브로 게임 시간을 스스로 조절했다. 현재, 학업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을 하지는 않으니, 스마트폰 등을 뺏지 않은 작전, 성공이라고 봐야 하나?
책에서 제시한 해결책의 핵심 역시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조금씩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고, 일정 시간 쓸 수 있는 시간권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게임 중독 유형에 따른 해결책도 제시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사회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게임에 빠진 경우다.
"게임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 안으로 숨어든 유형은, 현실에서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드는 방향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학교 동아리 활동 같은, 작은 모임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미 게임에 깊이 몰입돼 있다면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연습을 한다."-p.59
PC 사용을 금지하거나 스마트폰 압수하면?
이와 함께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게임 중독에서의 탈출을 돕는 방법도 제시했다. 게임 계정을 탈퇴했음을 인정하면 일정한 보상을 하는 방식도 있고, 흥미로운 자율활동을 권유하는 방법도 있다.
스포츠 게임을 활용한 수업을 하는 기발한 방식도 있다. 한 반을 6개 팀으로 나눠 한 학기 동안 우승을 위해 다른 팀과 경쟁시키는 방법이다. 우승팀끼리 다시 붙는 챔피언스 리그도 펼친다. 국어 교사인 박정현 작가가 시도해 성과를 보았다고 하니, 믿을만하다.
책 <중독된 아이들>은 도박과 마약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 이야기도 전하는데, 정말 걱정스럽다. 도박에 맛을 들여 노동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게 된 고3 이야기도 있고, 도박에 빠져 200만 원이 넘는 빚을 진 중3 아이 사례도 있다.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도박 충동을 제어하는 인지행동 치료와 도박을 하지 않아서 얻게 되는 보상을 인식하게 하는 동기강화 치료 등이다. 도박을 끊었을 시 오게 되는 금단증상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치료 방법도 제시했다.
마약 중독 사례는 충격적이다.
"주사를 맞고 나면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았다. 성매매를 할 때마다 주사를 맞았고, 담배 대신 대마초도 피기 시작했다." - p.140
중3 여학생이 가출해서 겪은 이야기다. 또 다이어트약이라는 인터넷 광고에 속아 마약을 흡입한 여고생 사연도 있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제안에 혹해 마약을 운반하다 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힌 고3 남학생의 어처구니없는 일화도 소개됐다.
마약 중독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탈출 방법으로 제시했으니 특별하다 볼 수는 없다. 익히 알려진 방법이다.
이보다는 예방 교육이, 그것도 교과 과목과 연계한 교육이 기발해 보인다. 마약 중독 수기 등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국어교육을 예방법으로 제시했다. 도덕 시간에는 마약이 도덕적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다. 역사 시간에는 아편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가르치라고 제안했다.
중독은 스스로 통제하고 제어할 수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돌이켜보니 게임이나 마약, 도박은 아니지만 나 또한 사는 동안 무언가에, 그것도 여러 차례 중독된 적이 있다.
그 중에 담배도 있는데, 참으로 지독했다. 다행히 금연에 성공했고, 지금은 담배 피우던 기억 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중독상태였을 때는 힘겨웠다. 감기 걸려 콜록 대면서도 피웠고, 너무 많이 피워 머리가 지끈 거려도 또 피워야 했다.
책 <중독된 아이들>에서 제시한 해법은, 내가 금연하면서 시도한 방법과 유사하다. 게임 시간을 조금씩 줄이는 방법, 도박 충동을 제어하는 인지 행동 방법 등이다.
이 점에서, <중독된 아이들>은 게임이나 마약 중독에 빠진 이가 아니더라도 한 번 쯤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 추천할 만 하다. 우리는 현재 일 중독, 쇼핑 중독...중독이란 말이 너무나 흔한 시절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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