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무1 나무가 된 나목(裸木)과 하얀여우 눈이 내렸다. 소담스럽다. 낙엽을 벗어 던지고 ‘나목(裸木)’이 된 가로수가 흰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무’가 되었다. 따뜻해 보인다. 한적한 골목길에 내 발자국을 길게 남기며 걷고 싶어, 옷자락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걷다 보니 어느새 산자락. 다리가 뻐근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눈만 오면 난 걸었다. 무엇인가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어린 나를 하얀 세상으로 이끌었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좋았고 발뒤꿈치에 하얀 발자국 남기는 일도 즐거웠다. 눈만 오면 쏘다니는 어린것이 못내 불안했는지, 아버지는 눈이 아주 많이 내린 어느 날 ‘하얀 여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발을 묶어 두려는 의도였다. 내 나이 고작 11살이었으니까... 2023. 1. 2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