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 날개를 달자④-1] 한 놈만 패라, 무조건 한 놈만 패라
지난 1999년 김상진 감독이 만든 <주유소 습격사건> 이란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난 한 놈 만 패, 난 무조건 한 놈만 패”
무식하고 과격한 ‘무대포(유오성)’ 가 패 싸움 도중에 한 말이다.
수십 명이 뒤엉켜 싸우고 있지만 무대포는 오직 한 명만 따라다니면서 때리고 또 때린다. 참으로 재미있는 장면이다. 섬뜩한 폭력 장면을 배우 유오성은 이 대사 한마디로 유머러스하게 승화(?) 시켜 버렸다. 이 장면을 보면서 참 좋은 작전이라 생각했다. 공연히 이놈 저놈 집적거리다가 힘만 빼느니 한 놈만 끝까지 때려서 눕히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 놈만 패야 한다는 작전은 글쓰기에서 그대로 통한다. 주제를 좁혀 한 가지 주제만을 집중적으로 파헤쳐야 글쓰기가 수월하다. 주제를 좁히지 않으면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허황된 욕심으로 거창한 주제에 매달리면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을뿐더러, 독창성도 떨어진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여러 가지 생각을 잘 정리해서 한 가지 주제로 압축시켜야 한다. 막연하게 범위를 잡아서는 쓸거리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또 쓴다고 해도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주제로 압축시켜야 할까? 간단하다. 자기가 관심 있어 하거나, 남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으로 좁히면 된다. 글의 초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도 주제를 좁혀야 한다. 범위를 넓게 잡으면 주제와 별 관계없는 이야기를 이것저것 나열해서 글의 초점을 흐리기 십상이다. 또 무슨 얘기인지 횡설수설하다가 글을 끝낼 수도 있다. 막연한 주제는 그 누구도 소화하기 어렵다. 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 또는 자기가 잘 알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것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쓰기도 쉽고 읽는 사람에게도 호소력이 있다. 명심하자. 한 놈만 패야 한다. 무조건 한 놈만 패야 한다.
예) 환경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면.
환경 → 대기환경 → 미세먼지 → 교실 미세먼지 → 미세먼지 경보 뜬 날 체육수업 강당에서 해 봤더니?
예)인권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면.
인권 → 청소년 인권 → 툭 하면 꼬나박아 30년 전 ‘고딩’ 과 요즘 ‘고딩’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글이란 게 본래 주제 중심이란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서 주제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고, 쓰고 싶은 게 갑자기 떠올라 주제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불필요한 내용을 덜어낼 결단력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내용이란 두말 할 것도 없이 주제와 관련 없는 대목, 또 감정에 휘둘려 주제와 관련이 없는 데도 덧붙인 내용이다.
내 글에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났는지는 제목을 뽑을 때 알 수 있다. 제목이 잘 안 뽑힌다면 주제가 선명하지 않은 글이다. 그럴 때는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며 어느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지, 군더더기는 어디 인지를 살펴야 한다. 다시 읽어도 보이지 않는다면 몇시간 뒤, 아니면 하루가 지나고 난 뒤 다시 읽어보는 게 좋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읽으면 글쓴이의 눈이 아닌 냉정한 독자의 눈으로 글을 볼 수 있어, 고쳐야 할 부분이 눈에 잘 띈다.
평범한 일상을 기록했더라고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면 공감과 감동이 있는 특별한 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특별한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하더라도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일을 전하는 글이 될 수 있다. 명심하자, 모든 글은 주제가 중심이라는 것을.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주제를 향해서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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